지난 방문(2006년 2월)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라서 그런지 그전처럼 흥분 되진 않았다. 2월 방문 때와는 달리 태양이 하루 종일 내리쬐는 화창한 날씨에 게다가 크리스마스를 앞 둔 유럽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지난 방문 때 환대에 대한 고마움으로 예쁜 꽃을 한 다발 사가기 위해 최종 환승역인 뮌헨글라드바흐 중앙역에서 내려 마음에 준비한 꽃을 샀다.

콜린 골디 부부가 살고 있는 라이트역에 내렸을 때 날씨는 화창했는데 중부 독일의 11월은 코트를 걸쳤지만 찬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골디의 부인인 비기가 나를 픽업 할 때까지는 40여분이 남아 있어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역내 작은 식당에 들어섰을 때는 앞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할 일 없는 연금 받는 이와 실업자는 시간이 많아 이런 식당에 와 대낮부터 맥주를 들이키고 담배를 피우며 잡답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들의 일상생활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약속 시간인 2시 30분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빨간 Volkswagen을 몰고 나타난 비기를 한적한 시골역에서 멀리서도 쉽게 구별 할 수 있었다. 두 손을 활짝 펴고 나를 안아 주는 비기는 시골 아낙네의 따뜻함이 베어 있었다.

집에 도착 했을 때 골디는 지난 몇일 동안 밀린 휘슬을 만드느라 지쳐, 오늘은 쉬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순간에도 나는 ‘아, 휘슬을 좀 만들어서 한국으로 보내 주면 좋겠는데….’라는 잔인(?)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난 방문 때 잘 찍지 못한 휘슬 연주를 이번엔 꼭 찍어 가기로 결정한 상태라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난 후 골디에게 연주를 부탁했다. 그는 피곤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부탁에 흔쾌히 휘슬에 손을 내밀었다. ‘지난 방문 때 너무 집이 어두워 촬영이 잘 되지 않았다’고 했더니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정원은 아주 밝기 때문에 촬영하기에 아주 좋았다. 추운 날씨지만 한국에서 온 손님에게 정원에서 뿐만 아니라 작업실에서, 거실에서 많은 곡을 연주해 주었다. 휘슬을 입에 대는 순간 골디는 너무나 행복해 보였고,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신기하게 몸을 앞 뒤 좌우로 흔들어 대는 골디야 말로 진정한 휘슬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여겨졌다.


혼신의 힘을 다해 아이리쉬 플릇을 만들고 있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현재 플릇을 2개 만들었는데 첫번째 플릇을 만들때 무려 400시간을 작업을 하였다는 걸 듣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플릇 1개를 만드는데 거의 두달반을 소요했다니……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아 테스트 중이라고 했으며, 년 30 ~ 40개만 생산을 할 예정이며 가격은 600~700유로쯤 된다고 했다. 때를 써서 한국에 첫 번째 만드는 플릇 3개를 주문해 놓았다. 2007년 3~4월경 한국으로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장인 정신이 묻어 있는 플릇을 최초로 우리 한국 고객에게 선을 보일 수 있다는 뿌듯한 마음은 아이리쉬 음악을 사랑하는 나만의 바램은 아니리라….. 올해는 Session man으로 CD제작, 연주다니느라, 또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휘슬을 290개밖에 생산하지 못해 현재 주문만 250개가 밀려 있어 대기 기간이 최소 9개월, 길게는 1년 6개월 정도라고 했다. 내년에도 플릇 제작 때문에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빼 놓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