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에서의 8일

2006년 2월 2일 함부르크의 오랜 출장을 뒤로하고 우리 둘은 새벽기차에 피곤한 몸을 실었다. 켈틱 음악의 본고장인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진행될 바쁜 업무와 정통 틴휘슬을 배울 설레임으로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오랜 목마름으로 지쳐 메말랐던 이상을 적셔주는 기다림에 있었다.

(Harry Long교수와 틴휘슬 수업을 마치고)

프랑크푸르트로부터 약 2시간을 날아 도착한 더블린은 예상보다 따뜻하였다. 랜트카를 빌리고 있는 시간이 왜 그렇게도 길던지. 하루 전에 도착해 호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두사람 – 송솔나무님과 이 빈 PD-가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핸들이 오른쪽에 있는 차에 앉아서 운전을 하는 심정은 처음 느끼는 야릇한 감정 이었다. 아! 영국의 문화를 받아 들였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오랜 독일 유학생활을 한 나로서는 더블린이 그리 낮설지는 않았으나 무려 800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사실로 왠지 서글픈 동질감마저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풀고 휘슬 레슨을 받기 위해 Waltons New School of Music을 방문하였다. 곳곳의 연습실에서 들려오는 감미로운 아이리쉬 음악들이 이미 나의 가슴을 충분히 흥분시키고 있었고, 같이 방문한 송솔나무씨도 홍조를 띤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가슴 벅찬 감동을 위해 말없이 다짐을 하고 있었다. 2시간 30분의 오랜 수업 후 우리는 기존에 귀동냥으로 듣고 배웠던 테크닉과 정통 아이리쉬의 향수는 많은 부분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우리는 휘슬 레슨과 사진 자료 외에 거의 매일 저녁 Pub을 찾았다. 첫날의 아일랜드인들의 연주에 매혹이 되었기 때문에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면서 다양한 연주를 접하면서 그들의 뛰어난 연주에 감탄을 금할 수 밖에 없었다. 말 한마디, 가사한마디 없어도 연주가 가능하고 관중을 즐겁게 해주는 그네들의 음악은 가히 세계 최고라 불러 주고 싶은 마음이다.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던 옛날의 아일랜드 PUB은 완전히 사라지고 담배연기 없는 PUB은 방문자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었다.
그네들이 사용하는 악기는 모두 전통악기였다. 틴휘슬, 아이리쉬 플릇, 보드란, 일리언 파이프, 아이리쉬벤조, 피들, 아이리쉬 기타 (물론, 한번 연주에 모든 악기가 연주 되는게 아니라, 대략 3 ~5개의 악기가 사용 되었다.)

(Waltons사 사장 Niall Walton과 함께)

우리는 여러 번의 레슨과 상담을 통해 잘못 알고 있었던 많은 부분들을 바로 바로 수정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나아갔고, 끝없는 연구와 피나는 연습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더블린에서의 8일동안 10회의 수업을 받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깨달았다. 그 중에 나의 것으로 된 부분도 있고, 평생 노력하여도 배울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특히 아일랜드인의 서글프면서도 즐거운 정서가 없다면 나의 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절대로 아이리쉬 일수 없고, 피와 땀이 섞이지 않은 연구와 연습이 없다면 절대로 훌륭한 휘슬 연주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리쉬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더블린의 방문을 꼭 권하고 싶다.
앞으로 유럽악기와 월튼스(Waltons) 뮤직스쿨에서 우리 애호가들을 위해 그네들의 전통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머지 않은 장래에 실현 하고저 한다.
또한 5월에 월튼스(Waltons)사와 합작으로 한국 최초의 휘슬 CD를 만들 계획임을 여기서 밝혀 두고 싶다.
앞으로 한국 음악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확신한다.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의 결실로 더 높은 곳을 향해 한발 다가가는 유럽악기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 2006년 2월 봄이 오는 길목에서...